연속혈당측정기 개발 ‘아이센스’ 남학현 대표
당뇨 전단계 1500만명, 2030 환자도 급증
15일 연속 혈당 측정 ‘케어센스 에어’ 주목
앱으로 실시간 데이터 제공, 당 관리에 도움
글로벌 바이오센서 전문 기업 아이센스의 제품인 연속혈당측정기(CGM) ‘케어센스 에어’의 모습이다. ©i-SENS, Inc.
“당뇨 환자의 1분 1초가 생명입니다. 몸에 붙이자마자 30분 만에 작동하고 15일간 교체 없는 센서를 만들려면 기존 특허를 모두 피해 완전히 새 길을 내야 했습니다.”
인구 고령화와 비만 인구 증가로 국내 및 전 세계에 ‘당뇨병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남학현 아이센스(i-SENS) 대표는 2023년 9월 자체 개발한 연속혈당측정기(CGM) ‘케어센스 에어’를 내놓은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케어센스 에어는 보름간 가볍게 착용해 식사할 때도, 운동할 때도 간질액의 포도당 수치를 계속 측정해 사용자에게 포도당 수치 변화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5분마다 전송하는 연속혈당측정기이다. 혈당 통계를 통해 데이터 분석이 쉬워 ‘당뇨관리 목표 수준’에 도달할 수 있게 도와준다.
국내 당뇨병 환자는 2019년 약 322만8000명에서 2023년 382만8600명으로 5년 새 18.6%, 연평균 4.4%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로 병의원에서 진료받는 당뇨병 환자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숫자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당뇨병 환자는 약 600만명, 당뇨병 전 단계는 1500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특히 사회활동이 활발한 20·30대 젊은 당뇨병 환자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대중화된 연속혈당측정기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선 아이센스에 관한 관심이 높다. 아이센스는 2000년 손끝 채혈 방식의 ‘개인용 혈당측정기(BGM)’로 출발했다. 당시 글로벌 기업이 국내 BGM 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다. 아이센스는 현재 국내 시장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고, 해외 진출도 110개국으로 늘었다.
남학현 아이센스 대표가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이충우 매일경제 기자
아이센스는 글로벌 CGM시장에서도 같은 역사를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남 대표는 “우리가 CGM 시장에 뛰어들었을 땐 이미 글로벌 강자들이 20년 넘게 연구를 거듭하며 3000~4000개 특허로 요새를 쌓은 뒤였다. 후발주자로서 격차를 좁히려면 기술, 가격, 데이터 3박자를 동시에 잡아야 했다”며 특허, 즉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 대표가 지식재산권을 핵심으로 꼽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다. 남 대표는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은 전 세계의 1% 남짓”이라며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를 대상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 철학이다. 그 중심에는 지식재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차세대 의료기기 신시장 창출’이라는 정부 과제로 첫 연구비를 확보한 아이센스는 광운대, 서강대, 중앙대 의대와 컨소시엄을 꾸려 2016년 CGM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센서, 알고리즘 등 여러 기술 분야에서 기존 특허 망 분석을 통해 독자 기술을 포함한 다수의 특허를 확보했다. 코로나19가 겹치며 임상 일정이 2년 늦어졌지만 한국, 독일, 유럽 등 3개 지역 임상을 통해 2023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올해 2월 유럽 CE 인증을 잇달아 확보했다. ‘대량 생산이 불가능한 기술은 버린다’는 원칙으로 연구와 제조를 병행해 허가 3개월 만에 양산에 돌입했다.
케어센스 에어는 센서 부착 30분이면 혈당 데이터가 앱으로 전송된다. 사용 기간도 15일로 국내 최장이며 선택적 보정 알고리즘을 적용해 손가락 채혈 없이도 정확도를 유지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케어센스 에어의 이러한 강점을 무기로 출시 첫해 국내 시장 점유율 10%를 넘어섰다. 남 대표는 “점유율 0%에서 시작한 BGM이 현재 40%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했듯이 CGM도 꾸준히 성장시켜 세계적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거나 뛰어넘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가격도 공격적이다. 아이센스는 글로벌 제품 대비 평균 80% 수준을 제시하며 구독형 모델, 장기 사용자 할인 등을 적용해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이를 통해 사용자 베이스를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이센스는 CGM을 ‘성장 엔진이자 복권’으로, BGM을 ‘회사의 근본이자 탄탄한 기반’이라고 설명한다. 안정적인 BGM 매출과 당화혈색소·전해질 분석기 등으로 캐시카우를 확보했고, 이 덕분에 적극적으로 새로운 무기인 CGM 개발과 상용화가 가능했다. 실제로 아이센스 매출의 80% 이상은 CGM을 제외한 기타 혈당측정기 제품에서 발생한다. 남 대표는 “캐시카우(BGM)와 성장엔진(CGM)을 균형 있게 키울 것”이라며 “복권(CGM) 당첨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회사는 건실하다”고 말하며 균형 있는 발전과 견실한 재무구조를 강조했다.
아이센스는 지난달 송도 2공장에 연간 150만개 생산 규모의 신규 CGM 자동화 생산설비 구축을 완료했다. 기존 송도 1공장에 더해 연간 200만개의 CGM 생산이 가능해졌다. 첫 출하 물량은 국내를 시작해 유럽, 아시아, 중동, 남미 등 총 35개국에 공급할 예정이다. 2027년에는 미국 FDA 허가 및 현지 공장 가동이 목표다. 이를 기반으로 남 대표는 ‘미국 CGM 시장 10% 확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을 2030년대 빅픽처로 제시했다. 남 대표는 “아이센스는 CGM 하나만 바라보는 회사가 아니다”며 “펀더멘털이 매우 튼튼하고 CGM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한 기업이자 전체적인 균형을 잘 유지해 나가고 있는 기업임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출처: https://www.mk.co.kr/news/it/11362652